인터뷰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이학성 기자 2009. 1. 22. 15:20

<選良에게 듣는다> 몸소 겪는 시각장애…'수호천사' 자임
30년간 장애인복지 위한 외로운 투쟁
"30여 개 장애인복지법 꼭 통과시킬 것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진정한 인권 보호 장치
국민연금-노인수발보장법에 장애인 포함돼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시각장애인이면서 모든 장애인 복지를 위해 30여 년을 한결같이 걸어온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58·비례대표·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그는 장애인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도 장애인의 삶을 살면서 이땅의 수많은 장애인들의 애환을 짊어진 채 나름대로 발벗고 동분서주 뛰었지만, 오히려 국회와 정부 여당 측은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는 동료 의원들도 감성적으로 도와주려는 의지도 있었지만, 실제 현실로 부닥치다 보면 왠지 도외시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듯 했지만 이제는 싸늘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의식이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에다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30% 이상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장애인 예산을 아예 지방으로 이양해 장애인에게 큰 고통을 주더니 2005년에는 LPG 지원액도 축소하고, 이제는 폐지할 움직임입니다." 정 의원은 "게다가 국민연금이나 노인수발보장법에서도 장애인은 완전히 소외된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얘기조차 없다"며 현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 관련 중요 법안은 한두 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단지 '차별 대상'일 뿐 무관심한 국민의식과 뿌리깊은 차별의식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격적 대우나 국가와 사회의 지원에 비하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그들은 아이를 입양할 때도 기왕이면 정상아보다 장애인을 더 입양하기를 좋아한다. 장애아는 더 많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복된 국가로 높임을 받는 것은 이웃을 위한 박애주의정신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
국회 대정부 질의


정 의원의 첫 인상은 깨끗한 피부와 목소리다. 그도 장애인만 아니라면 평범한 시민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한창 사춘기인 19세 때 맞은 6.25전쟁 중 포탄 파편이 눈에 튀어 실명위기를 맞으면서 굴곡 많은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후 맹아학교를 들어갔을 때 그의 눈은 80%가 이미 상실되고 3분의 1만이 살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귀중한 삶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책만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수 있다고 판단, 정부 보조나 후원자 없이 1983년 9월 마침내 부산 맹인점자도서관을 개관하고, 3년 후인 1986년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한편 1988년 3월에 문교부 정식 인가로 현재 점자도서 3천여 권, 녹음도서 1만여 권, 연인원 5천여 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의 맹인점자도서관으로 육성, 발전시키며 1만여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빛을 비춰주는 '장애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행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남다르다. 1983∼93년까지 한국맹인복지연합회 부산지부장을 맡아 전국의 모범단체로 성장시켰으며, 91년 10월에는 부산지부 부설 부산맹인재활센터를 개설해 직장인 또는 가장으로 삶을 꾸리다 하루아침에 실명이된 이들에게 생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992년 11월 부산맹인복지회관이 부산시 수탁 운영 단체로 지정되면서 1993년 2월 첫 사업으로 장애인 한방교육을 위해 '동의보감'(東醫寶監) 점역(点譯)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시대에 적합한 직종 개발과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도 40여 명의 중도 실명인들에게 점자교육과 보행교육, 생활훈련 등 6개월간 교육을 실시, 꿋꿋이 살아갈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 중 50% 이상인 20여 명에게는 취업과 진학의 길을 열어주는 등 부산지역 중도실명인들에게 푸른 파도와 같은 꿈을 실현시켜주는 '드림메이커'(Dream-Maker)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1992년부터는 눈 수술은 가능해도 생활이 곤란한 맹인회원 100여 명에게 3천여만 원의 수술비를 지원해 무료 개안 수술로 정상 시력을 찾아주는 '안 검진 사업'을 추진해 많은 이들에게 꿈같은 광명을 찾아주었다. 또한 배우지 못한 맹아학생 50여 명과 맹인 자녀 200여 명에게 사비와 후원금을 통해 7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학업과 재활의 길을 걷게 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깊어지면서 그는 더욱 큰 일을 준비하게 된다. 정 의원은 장애인의 복지 목표는 '완전 참여, 완전 평등'인 것을 깨닫고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해온 것에 고심하면서 더 이상 기다릴 것 없이 직접 사회 깊숙이 들어가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지난 1992년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에 회원단체의 일원이 되어 본격적인 시민연대운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이 활동뿐만 아니라 1993년 9월 '정의사회구현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에서 공동대표로 활약해 우리 사회 속에 장애인들의 인권문제 등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
가두 캠페인


상주가 본향이지만 부산에서 생애 거반을 지낸 그에게 부산은 고향이나 다름이 없다. 그에게 부산은 활동의 본거지며,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산파역을 한 곳이다. 1994년 10월 부산은 또다시 그에게 큰 일을 준다. 그것은 부산시 발전을 위해 '승용차유치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게 한 것. 1996년부터는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YMCA YWCA 참여연합 흥사단 등 부산의 시민운동단체 10개가 새로 구성한 '부산시민운동단체협의회'에 '부산을 가꾸는 모임'의 최해군 선생과 공동대표를 맡아오기도 했다. 특히 부산의 생명줄인 낙동강살리기부산대책본부에 환경문제가 장애 예방의 지름길임을 역설하며 적극 참여하였다. 그밖에도 실업대책사업, 구강보건사업 등 사업별로 시민운동단체와 연대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보훈청장 표창, 대한민국 국민포장, 문화체육부장관 표창, 부산광역시 문화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맹인복지 향상에 열정을 다하는 정화원은 맹인들만으로는 제도적, 법적 불이익을 타개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전체 장애인들이 합심하여 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자 1987년 12월 12일 '장애인의 권익은 스스로 찾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장애인복지대회를 개최하고 부산장애인총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장애인복지 활동 전개를 목적으로 하는 부산장애인총연합회는 부산 40만 장애인의 대변자. 그는 2000년까지 4대째 회장을 연임하면서 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인간성 회복, 장애인의 사회구조적 기반 조성, 공공시설물 편의시설 보완에 관한 법과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다.
대한민국 국회


그는 장애인들에 대해 다양한 재활활동과 정보 제공에 노력해왔지만, 연고지인 부산의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재활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의 40만 장애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1993년 3월 '장애인상담전화' 4대를 개설해 생활고로 하루하루 힘든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연평균 1천여 건이던 상담자가 현재는 7천여 건으로 증가하면서 장애인 재활 정보 제공과 권익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재력이 있음에도 장애인들이 결혼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1993년에 장애인결혼상담실을 개설해 부산지역 언론사와 부산광역시 예산을 지원받아 '내 마음의 보석 찾기-금요일 밤에 만나요'와 계절 여행, 결혼강좌 '사랑의교실', 합동결혼식 등을 통해 20쌍이 결혼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많은 장애인복지법을 발의해온 복지전문 의원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18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전격 발의해 국무총리 산하에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명문화하는 등 장애인기본법과 장애인복지법과 연계해 올해 2월 중 입법화할 예정이다. 차별적 관행 타파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장애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인간적 존엄성과 가치평등을 구현할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회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 공동으로 최종 법안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3일 UN에서 회원국 192개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정신과도 일치해 장애인에게 늦은감이 있지만 시의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은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기본법, 중증장애인우선구매특별법, 철도사업법(장애인 50% 할인/노인 30% 할인 개정안), 방송화면해설의무화법안 등 30여 개 특별법안을 상정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예산도 법도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는 제도가 문제다. "예산도 법도 뒤로 밀리고, 정치 싸움에서 밀려 빨리 법안 통과 좀 해달라고 떼를 쓰지만 소용없어요.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겁니다." 정 의원의 굳은 의지다.

정 의원은 수발보장법과 관련해 장애인을 포함시키면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도외시됐다고 지적하면서 "노인부터 시행하고 국민들 반응을 떠보면서 보험료를 올린 후 재원확보가 되면 그때 장애인도 포함시킨다는 발상이다"고 말하고, 정부가 2010년까지 단계별로 폐지를 결정한 장애인차량LPG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장애인에게 차량은 손이고 발이다. 일반인에게 차량이 생활필수품이라면 장애인에게는 그 이상이다. 따라서 장애인 차량 LPG 면세는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의 의정활동기간중 장애인에 대한 정책지원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일관된 그의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노인수발보장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정작 장애인은 정책적 고려 대상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참여정부에 장애인은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금급여수준을 현행 60%에서 50%로 낮추고 연금보험료율도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씩 높여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에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법안을 처리키로 했지만 여기에도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연금 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국민 모두 기초노후소득보장을 이루는 것"이라며 "기초노령연금에 장애인을 빼버려 진정한 사각지대 해소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초노령연금 수준을 15%로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80%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는 정치적 쇼"라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오는 2008년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수발보장법'도 장애인을 배제해 정부가 장애인을 재외국민이나 불법체류자 취급한다고 말하고 "수발서비스는 장애인을 위한 것임을 정부도 인정하면서도 법안에서 장애인을 제외했다"며 "장애인을 홀대하는 처사는 만행에 가까운 국가의 횡포"라고 일갈했다. 또 "복지부는 장애인 간병과 수발서비스를 실시한다지만 현재로선 시행이 미지수다. 수급대상에 반드시 장애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장애인이 급증하고 있는만큼 장애인을 포함한 사각지대 해소 및 요양을 위한 국민연금법과 장기요양보장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부 / 이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