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청 광역수사대 강력반 장영권 반장

이학성 기자 2009. 1. 21. 15:43

수사대 24시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장영권 강력반장

 

 

                                       

                         “범인검거는 먼저 자신부터 이겨야 합니다”

                                                     강력범죄 전담반 진두지휘... 국내외 암흑가도 ‘벌벌’

                                            흑사파 -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굵직한 사건 해결사

                                            유도 5단, 검도, 태권도, 합기도 등 ‘달인의 경지’

 

 군계일학(群鷄一鶴).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뛰어난 사람 한 명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일반인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분야에서 정열을 다할 때 찾아오는 명예로운 단어다. 특히 국민을 위한 치안분야 만큼 치열한 현장도 없을 것이다. 작은 단서 하나도 예리하게 찾아내고, 소심 줄처럼 끈질긴 승부근성과 과묵하면서도 치밀한 타고난 베테랑 수사관이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장영권 강력반장은 형사생활 18년을 맞는 강력계형사로 거물급 강력범죄자 검거에 이력이 나있는 정통파 수사관이다. 장 반장은 본래 유도인 이다. 한때 국가대표 유도 라이트급 선수로 5년간 지낸 경력과 함께 1990년에 경찰에 투신, 1998년 기동수사대 창설 멤버로 탁월한 범인검거에 발군의 저력을 과시했다. 유도 5단에 검도, 태권도, 합기도 등 각각 4단씩의 실력을 보유한 공인유단자로 날로 급증하는 범죄현장에서 그의 기량은 정평이 나있다.

 

국내 잠입 흑사파 일망타진한 ‘짱’ 반장

 조선족 노동자들이 많은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는 흑사파 조직이 잠입해 조선족과 한국인 등을 상대로 무차별한 폭력을 행사해 이 일대를 장악했다. 이들은 강남지역 폭력조직과도 연계해 흑사파의 세력이 커지면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장 반장은 “이들 조직의 싹이 더 커지기 전에 잘라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국판 흑사회는 상하이 청홍방 등 4천여 개 조직에 80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암흑조직이다. 조선족 흑사회는 1980년대 후반 중국의 경제부흥을 틈타 지린·헤이룽장·랴오닝성 등 동북 3성 지역에서 베이징에 몰려든 조선족 노동자 암흑조직으로 주로 매춘과 마약, 밀수를 한다.

장 반장과 팀원들은 이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지난 2004년 5월과 지난해 4월 조선족 흑사회 분파 검거작전을 벌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변 흑사파 두목과 조직원 모두를 검거했다. 장 반장은 “중국 흑사회 와 국내 폭력단의 영토싸움으로 피의 혈전이 있을 것이다. 소위 ‘나와 바리‘ 전쟁이다. 지금은 양 조직이 대립을 피해 협력 하에 있지만 ‘침묵의 카르텔’은 곧 금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조직폭력단체의 속성상 ‘공존’은 언젠가 끝나는 만큼 이들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보이스피싱’ 총책단 35명 검거... 강력범 ‘꼼짝마’

 최근 시중에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장 반장은 국내 총책 등 일당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장 반장의 타고난 ‘감’은 지능범이라도 꼬리가 잡고 만다.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문제로 보안장치를 해 준다고 속여, 피해자를 혼란시켜 현금인출기로 유인, 은행 예금을 이체 받아 금품을 편취한 중국인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결국 장 반장의 쇠고랑을 찼다. 국내 총책 임○○(36)외 일당 35명을 대거 검거하고 현금과 수표 8억7,500만원, 통장, 대포폰 등을 증거물을 압수하는 등 국내 중국인범죄단 검거에 일등공신이다.

장 반장이 이뤄낸 검거실적의 밑바탕에는 '자신을 단련시키는 강한 신념'이 한 몫 했다. 그는 “범인을 검거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유도선수로서 강인한 ‘정신력’과 ‘극기(克己)’를 배운 그가 괄목할 성과를 보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체력 면에서 뿐 아니라 장 반장은 범인 검거 시 범죄유형을 철저한 분석과 식별을 통해 단서를 푸는 ‘콜롬보’형 지능적 수사관이다. 그가 말하는 수사기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용의자의 ‘눈’을 주목하는 것. 그는 “늘 불안한 범인들은 도주하기 위해 수시로 주변을 살피기 때문에 눈빛이 항상 빛나고 행동도 민첩해진다.”라고 말하는 장 반장의 눈빛은 마치 현역시절 유도시합 때 상대의 움직임을 눈으로 읽어내는 한편, “현장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감(感)은 이제 ‘눈빛’만 봐도 범죄 여부를 90%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수사에서 ‘도(道)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주변 동려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청송감호소 방문... 박봉 쪼개 영치금 등 전달

 예전부터 장 반장을 아는 사람은 일명 '청송맨' 으로 강력범죄자들 중에 청송감호소 출신이 많아서다. “청송 출신들은 거의 인생을 교도소에서 보낸 장기수 출신이 많아요. 오랜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면 갈 곳이 없죠. 가족은 냉대하죠, 사회적응도 어렵죠, 재범이 대부분이에요. 형사로서 마음잡은 출소자가 현실의 벽을 못 넘고,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질 때 가장 안타까워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라고 토로한다.

그의 이런 마음은 자신이 구속시킨 '청송식구'를 보기 위해 왕복 10시간이 넘는 청송감호소를 평시에 방문, 영치금과 속옷을 전달하고 건강과 안부를 묻곤 한단다. 면회라야 5분뿐 이지만 짧지만 고마워하는 그들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평시에도 면회를 간다.

 

'청송식구'들 보답(?) 차원 제보자 역할 ‘톡톡‘

 그런 관계로 장 반장은 매달 20여 통의 편지를 받는다. 모두 장 반장이 구속시킨 범죄자들이다. 그들의 편지에는 범죄에 대한 자책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또한 장 반장의 면회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담겨 있고 더러는 영치금을 부탁하는 사연도 들어있다. 이런 경우에는 장 반장은 지나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영치금을 넣어주곤 했었다.

장 반장에 대한 감사에 표시로 '청송식구'들은 제보자 역할을 훌륭하게 대신하기도 한다. 수사에 더 없는 도움을 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천직인 ‘형사’직을 묵묵히 내조한 부인께 감사

 강력계 형사의 하루는 매우 길다. 아침 일찍 출근해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범인검거 하는 날은 조사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덕분에 옷만 갈아입으러 들어갔다가 마주치는 가족에게 '넉넉한 아빠' 가 돼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흉악범을 검거하거나 추적할 때엔 가족을 협박하는 전화도 제법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강력계 형사가 그런 협박정도에 겁이 난다면 그만 둬야죠”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해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포악해지는 범죄수법에 항상 연구하고 공을 다투기보다는 공조수사를 통하여 항상 최 단시간 내에 사건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장 반장은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기어코 범인을 검거해내는 근성 있는 형사이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형사 직업을 택할 것이며 자신의 공을 “묵묵히 자신을 지켜봐 주는 부인과 함께 고생하고 있는 반원 동려들에게 감사한다”며 말을 맺었다.

 

                                                                                                            사회부 / 이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