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불교법사회 약천사 주지 백천 박종용 법사

이학성 기자 2013. 6. 11. 11:46

 

 

 

 

                                            착한 일 못해도 惡하지 않다면 그것이 바로 善!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원수 맺지 않는 게 더 중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에 위치한 약천사(http://www.yak1004.wo.to)는 아담하지만 고즈넉한 기풍이 느껴지는 도량이다. 동방약사 유리광여래불(약사여래불)이 모셔진 이곳에는, 지난 50여 년간 모든 중생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 정성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특히 바로 아래 도심과 인접해 있음에도, 마치 깊숙한 산골짜기에 들어온 듯한 묘한 상쾌함은 그 자체로 편안함과 안락함마저 느끼게 한다. 오는 5월 12일로 예정된 ‘약사여래 개인호신불 1,000불 봉헌식’ 준비로 산사 여기저기 부푼 기대감이 감돈 지난 4월의 어느 날, 주지 백천 법사를 만나 불교와 부처님 그리고 우리네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애당초 남과 원수 짖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그 말이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중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약천사는 대한불교법사회(회장- 前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장 목정배 박사)소속으로 “세상속에 부처님의 말씀과 사상을 널리 알려서 온 세상이 부처님의 마음처럼 모든 것에 차별이 없는 평등심의 마음, 중도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바로 극락이 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의 불교가 정착 되도록 하자”는 이념 하에 참된 부처님 말씀 전파에 힘쓰고 있다.

절의 1층에는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모신 ‘관음지장전’이 있으며 2층이 약천사의 주 법당인 ‘진약보전’으로 약사여래의 불상이 모셔져있다. 또한 산신, 독성, 칠성님을 모신 삼성각, 아미타 부처님과 여섯 지장보살을 모신 입상의 야외 법단도 있으며, 소박한 가족 납골탑묘도 있다. 도심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요즘도 가끔 산돼지가 나오는 깊은 산속이기도 해 독특한 운치를 자랑하며, 인근 골짜기를 흐르는 물 역시 최상급의 1급수로 가재가 많이 살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위안이 되는 사찰

 약천사는 2,000평에 이르는 용인 유일의 약사여래 도량으로 현 주지인 백천 법사의 아버님, 만춘 큰 스님이 처음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춘 큰 스님은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70년, 양지리 학촌에서 당시 48세의 나이로 출가한 뒤, 1978년 현재의 사찰을 조성했다. 그 후 2004년 만춘 스님이 열반에 입적 하시자, 아들인 백천 법사가 절을 물려받아 50여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04년의 진입로 확장과 2005년의 아미타불 낙성식 등, 선친이 미처 이루지 못한 불사들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지난 8년간 사찰을 잘 부흥시켰다는 평을 안팎으로 받고 있다. “항상 바램이 있다면 절은 불교인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마음이 지치거나 심신을 달래고 싶을 때 올 수 있는 곳임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글이라도 한 줄 읽고 가면서, 그것이 그들의 삶에 위안이 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곳, 그것이 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원수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일

 백천 법사는 부처님 말씀 즉 불교의 가르침은 그 수많은 경전에서 보듯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하나의 가르침에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종교가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마라’는 식으로 규율하는데 반해, 불가는 그런 것을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그저 늘 마음속에 ‘항상 올바르게 살고 악한 일은 안하겠다’는 정도의 다짐만 지니고 사는 것. 그런 자세가 바로 부처님의 뜻입니다. 또, 자꾸 ‘착한 일해라! 착한 일해라!’ 그러는데, 착하게 안 살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남에게 좋은 일은 못해도 악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자체가 중용이고 또 선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이로움을 추구해도 그것이 결코 남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극락세계입니다”

이곳 약천사에서는 매달 초하루의 법회만큼은 중요시 하는데, 그것은 불교에서 초하루란 새로운 한 달이 새로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한 달을 매우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가을에는 지역 내 예술인들을 초청해 산사 음악회를 열고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방생법회와 수륙제법회, 성지순레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주지 백천 법사는 가능한 약천사 불자들의 자발적인 결정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찰을 운영 중이다.

 

약사여래 개인호신불 1,000불 봉헌식

 한편, 지난 5월 12일에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되었다. 바로 ‘약사여래 개인호신불 1,000불’ 봉헌식이다. 불경에는 일생에 부처님을 한 번 모시는 인연과 공덕은 세세생생 장수와 복덕을 구족하고 건강과 화목을 유지하는 가장 큰 불공이라고 나와 있다 한다. 백천 법사는 약사여래불 뒤의 글씨 및 탱화가 너무 노후화 된 탓에 임진년 윤 3월 22일(토) 1,000불제를 봉헌하게 되었다며 설명했다. “다른 절과 달리 1,000불제에 봉헌되는 불상이 모두 개인 호신불입니다. 불자 자신의 형상을 부처님의 가슴속에 새겨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이죠. 그 씨앗이란 자기 마음에 있는 것으로 일생을 살며 잘 키워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훗날 부처님과 같은 대 자비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 참된 제자를 만들려는 의미가 이 1,000불제에 담겨 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자주 있는 불사도 아니고 또 인연이 닿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봉헌식이기에 모두가 성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해야합니다”

 

慈悲(자비) 자애로움으로 슬픔을 치유한다

 불가에서는 자비라는 말이 익숙하다. 그런데 부처님의 자비란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한자로 자애로울 자에 슬플 비인데, 慈(자)는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기 전에 미리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것을 의미하고, 悲(비)는 이미 그런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慈悲(자비)라 하면 미리 보호하고 돌봐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생각보다 맥락의 폭이 넓다. 大慈大悲. 결코 막연한 의미가 아닌 것이다.

끝으로 백천 법사는 종교적인 것을 떠나 앞으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쉼터 같은’ 사찰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항상 마음속에 부처님의 말씀을 간직하시고 일상에서 각 개인의 불성이 깨우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험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늘 진정한 행복을 찾으시길 바라고 부처님의 넓고 크신 자비심으로 부처님을 찾는 모든 분들께 그 은총이 함께 하길 축원 드립니다”

이학성 기자

 

 

                                                 2012년 5월 12일 2층 대웅전에서열린 개인호신불 점안식을 하고 있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