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한국서각협회(韓國書刻協會 www.seogak.or.kr) 박민수 이사장

이학성 기자 2009. 1. 21. 14:56

문화가 탐방 / (사)한국서각협회(韓國書刻協會 www.seogak.or.kr) 박민수 이사장

                                       

 

 

 

"'書刻’의 무궁한 매력 서양에 널리 알릴 터"

 '전통-현대' 접목한 종합 예술... 승화된 창조성 ‘세계로’

日, 中, 싱가폴 등서 각광... 국내 1,500여명 서각인 활동

2002년이후 전통문화 인식 확대 현대인 정서 함양 '으뜸'

 

 

 

 서각(書刻)이란 글이나 그림을 나무 및 기타 재료에 새기는 작업을 말한다. 서각의 역사는 문자 이전 시대부터 시작된다. 글을 모르던 선사시대에도 인류는 벽화나 바위에 동물과 기호 등을 새겼다. 무엇인가를 남기려는 인간의 '본능'의 대상이 훗날 문자의 원류가 된다. 인류가 그린 것 중에 가장 오래된 그림 중 하나인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Grotte de Lascaux)에 그려진 말, 소 등을 창이나 돌도끼로 동물들을 공격한 흔적은 서각의 탄생이 시작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완전한 서각은 바위에 새긴 암각화 일 것이다. 우리나라 서각의 역사는 문자(文字)나 회화(繪畵)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목재나 석재 등에 기록한 것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쟁이'아닌 종합예술가... 한국인 정서에 '적합'

 지난 25년간 ‘서각’을 위한 외길을 걸으며,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예술로서 맥을 이어온 (사)한국서각협회(韓國書刻協會 www.seogak.or.kr)의 박민수 이사장은 "오로지 서각이 좋아서 지금까지 걸어왔어요. 사실 10년 전만해도 서각하면 ‘쟁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6~7년 전부터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회원이 늘고 있고 현재 전국에 16개 지부와 30개 지회 회원 1,500여명의 작가들이 광역시 등 지방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또 "서각의 좋은 점은 고도의 집중력과 집념을 높이고,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심어주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 또 일단 작품을 시작해 완성할 때까지 재미도 있고 묘한 만족감을 줍니다. 자아성취 욕구가 강한 현대인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고 소감을 말한다.

 

 

 

한국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45˚ 전통 각법

 우리나라의 전통서각(傳統書刻)은 여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매우 독창적이고 투박하지만 감칠맛 있게 특출한 아름다움은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우리의 서각예술은 매우 독창적이고 심오하면서도 과학적이다. 특히, 45˚ 각법을 응용한 깊고 다양한 표현형식은 전래의 건축양식에도 널리 쓰였을 만큼 역사가 깊다. 한 예로 기와지붕의 구조와 처마의 곡선미와 여인네의 저고리 소매에서, 또는 버선의 코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옛 부터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었죠. 바로 이것이 우리 생활의 기본각(基本角)이며 서각 예술분야에 있어서의 한국전통각이라 말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한국전통서각에 대한 애정과 면면히 이어온 민족의 숨결을 엿보게 한다.

 

 

 

공격적인 일본은 90˚각... 한국은 수비형 45˚ 형성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민족의각은 90˚각이다. 직각도인 이각은 공격성을 띤다. 그래선지 일본은 옛 부터 침략을 많이 해온 면도 많다. 그래서인지 일본서각은 완전 수직형인 90˚ 음평각을 많이 선호한다. 이에 비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각은 45˚각인 수비형을 이룬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각도는 침략에 대비한 수비 각으로 예부터 국난을 많이 격은 민족사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죠. 그런데 묘하게도 서각예술은 90˚ 음평각 보다는 45˚ 음각이 그 표현 영역 면에 있어서 비교 못 할 정도로 예술성이 빼어나요. 그 기법으로는 5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음각(陰刻), 양각(陽刻), 음양각(陰陽刻), 음평각(陰平刻), 목판각(木版刻)이 있지요”라 밝히고, 면면히 내려온 서각의 역사 속에서 현대서각의 새로운 흐름과 함께 시(詩), 서(書), 화(畵) 등 종합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돌·쇠·테라코타·포리코트로 진화하는 ‘현대서각’

 서각은 평면적인 서예와는 달리 기본서체에 변화를 더한 매우 독특하고 개성적 입체표현이 강해 ‘순수 예술성’과 함께 박진감과 옛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웅장함과 생동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박 이사장은 “서각은 회화·서예·전각 등 행위예술적인 문자를 표현하는 것으로 동양 문화권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으로 나뉘는데, 전통서각은 고전의 개념을, 현대서각은 문자를 통한 창작표현이죠” 말하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 신라 경덕왕때 간행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초의 목판으로 알려진 일본의 백만대다라니경(770년 중 간행)과 중국의 금강반야바라밀경(868년 간행)보다 훨씬 더 앞서 간행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으로 인정받고 있다”밝혔다.

이렇듯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대서각이 활발하게 전시장 공간으로 나오고 있다. 과거 목재일변도의 서각에서 돌·쇠·테라코타·포리코트 등 다양한 실험 작품과 구상, 추상적 표현영역을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예술장르이다.

 

 

 

서각문화 우수성 홍보강화... 국제교류 등 활성화

 한국서각협회는 25년이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난 2002년에야 문화관광부로부터 정식법인으로 승인 받았다. 이후 ‘국제각자(刻字)연맹’ 회장 국으로서 서각문화 발전을 이룰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통서각이 초 ․ 중 ․ 고 교과서에 몇 개 소개된 것이 전부인데, 향후 서각에 관한 이론정립과 대학에서 서각학과를 많이 세워야 할 과제도 있다”고 박 이사장은 토로했다.

그는 또 “국제교류 협력도 추진하며, 중국에서 서각전시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박물관까지 지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우리도 서각가의 권익옹호와 서각을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일반인들에게 서각문화 직접체험과 서각의 국내외적 진흥발전을 꾀할 방침이다. 또한 국제 문화교류 및 공모전, 세미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각이 인쇄기술에 밀려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옛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응용분야도 넓어 실내장식을 위한 인테리어·조형물 등 활용분야가 광범위하며, 그 수요도 무궁무진하다.

 

 

 

정부차원 지원 시급... 서각문화 한류붐 이끌어야

 하지만 아직 정부는 협회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우리 전통문화를 보기위해 외국에서 협조의뢰가 올시, 서각작품을 보내려면 작품 당 100만원의 거액이 든다. 비행기로 가기 때문이다. 또 파손방지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러한 모든 비용은 회원들의 빠듯한 회비로 일일이 보내는 상황이다.

정부의 문화지원정책이 좀 더 세밀하고 미래를 보는 혜안적 정책지원이 절실하다. 21세기는 문화강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시대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은 영혼이 없다. 죽은 민족은 영혼과 문화도 죽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저희는 전통문화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서각예술을 대중 전시회를 통해 널리 알려 나갈 것이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라 봅니다. 또 서각 관련 전문서적 출판과 신문, 방송과 연계해 전통 예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일반인들의 참여도 절실합니다”고 성토한다.

 

 

 

현대인에 맞는 서각문화... 치매예방 효과 높다

 서각은 흙, 돌, 금속 등 소재가 제한이 없다. 소재의 다양화로 표현의 장벽 또한 무너졌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장점과 오래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아내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 갈 수 있는 매우 매력이 있는 예술이다.

박 이사장은 “저희 서각인 들을 보면 변호사, 의사, 교사, 공무원 등 전문분야에 종사하시는 분 등 각계각층 저변에 확산되어 있어요. 특히 여교사분들이 많아요. 여성이지만 망치와 끌로 작업할 때 스트레스를 날려버려 두뇌활동과 정서안정에도 효과가 높아 우울증, 치매예방에도 좋은 예술이라 봐요”라 말하고 “서각의 장점은 목표를 이뤄가는 재미죠. 서예와 달리 구체적이고 입체적 표현 가능해요. 하루 이틀 하나하나 깎고 다듬고 색을 칠해 나가면서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어요. 자아성취욕구가 강한 현대인에게 아주 좋아요. 뿐만 아니라 판형에다 원하는 색채로 현대감각을 입히고, 개성 있는 문양과 글자, 그림을 각인할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서각은 자연스런 나무의 재질에서 풍기는 동양적인 정서로 오래도록 정감을 느낄 수 있고, 오래되어도 은근한 향취를 발산하는 전통미가 있다고 말한다.

 

 

 

6~7년 전부터 회원 수 급증... 전국 1,500여명 활동

 그동안 서각은 많은 전시회로 서각문화를 알리는데 크게 일조를 했다. 특히 인사동과 예술의 전당에서 가훈 만들기 행사 등으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다. 그들은 글이 예술화 되는 서각에 신기해한다. 또한 전국 지부와 지회에서도 회원들이 매월 2~3회 서각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활발하다.

지난 2004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6~7년부터 회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서각동양문화를 유럽 등 서구사회에 우리나라 서각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한국서각협회는 국내외 행사에 여념이 없다.

박 이사장은 “향후 제자와 후배양성과 서각 대중화에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고, “서각은 인간적인 정서안정과 지적성장, 전통문화와 서양의 문화를 결합한 창조적 종합예술로서 동양을 서양세계에 가장 쉽게 이해하고 전달할 매개체로서 ‘서각문화’를 널리 알려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사회부 이학성 기자

 

 

 

 

 

 

 

 

 

 

 

 

 

 

 

 

 

 

 

한국서각협회소개

1982. 11 한국서각협회 창립 발기

11~2001.12 제 1~19회 한국서각협회회전(세종문화회관)

1985. 11 제 4회 한국서각협회회전(경인미술관)

1990. 03 현대서각연구회 창립(서울)

1991. 02 한국현대서각협회로 명칭변경

현대서각협회전(예술의 전당)

1992. 02 한일 서각교류전(세종문화회관)출품참가

1994. 07 국제 각자연맹 중국전 출품참가 (중국남대하)

한국서각협회 회보발행 (창간호)

1995. 04 국제각자예술전 동경'95 (일본)출품참가

제1회 국제각자 싱카폴전'96(싱카폴)출품참가

1997. 08 제 15회 한국서각협회전 및 한,일,중,싱,말 서각조형방법전 (운현궁미술관)

1998. 05 한국서각협회와 한국현대서각협회 통합 정기총회

1999. 11 국제 각자연맹 1999 한국전(세종문화회관)출품참가

2000. 07 한국서각협회 회보 발행 (창간호)

2001. 06 한국서각협회 본부 사무실 현판식(서울 종로구 경운동 건국빌딩 104호)

09 문화관광부장관 사단법인설립 허가 (허가번호 제309호.2001.9.27)

2002. 06 한국서각협회 김해지회전(김해 국립박물관)

2003. 03 국제각자연맹 동경전 참가(일본 동경갤러리)

2004. 03 제1회 대한민국서각대전 시상, 개막식(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 서예박물관)

2006 .02 제3회 대한민국서각대전 시상식 및 개막식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

06 제1회 서울지회 한글사랑서각전 (부남미술관)

08 제2회 울산지회전 ( 울산광역시 문화예술회관전시실)

2007. 03 서울 구월회 전시회 (남산구립도서관 목멱전시실 )

04 경북지회 창립전 ( 서라벌예술문화회관)

05 경기파주지부전(파주여성회관)

06 제4회 대한민국서각대전 전시회 (예술의전당 서예박문관)

제4회 대한민국서각대전 시상식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

07 안산지부 창립전 (안산 )

09 국제서각대표작가전 및 제25회 한국서각협회순회전 (경기지회)

10 국제서각대표작가전 및 제25회 한국서각협회순회전(제주지회)

11 태안지부전, 강원지회전 (철원문화원)

12 전남지회전, 정기이사회(성동정보문화센타 5층 세미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