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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테크윈 비리' 칼 빼다

이학성 기자 2011. 7. 1. 13:34

 

 

 

 

                      계열사 감사·경영진단 및 인적쇄신 예고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 책임지고 중도 사의 초유의 사태

                                         이례적 공개경고, 업계 “K9자주포 결함사태 영향 미친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9일 "삼성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어 이를 바짝 한번 문제 삼아 볼까 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사실 전날 삼성테크윈 사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그가 화·목요일 정기 출근하고 나서 처음 보고된 사안이어서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그룹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오전 8시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도착하자 스스로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으로 향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정기출근이 '일상'이 된 뒤로 차에서 내려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박필 비서팀장 등과 함께 곧장 42층 집무실로 가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이 회장이 기자들에게 걸어와 "물어보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리 비공개는 임원급 추가퇴진 ‘신호탄‘

 삼성테크윈에 대한 경영진단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이렇게 훼손돼서야 되겠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중도 사의를 표명하고 있어 뿌리깊어진 비리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테크윈’ 경영진 후속 쇄신문제를 놓고 깊은 고심을 한 듯, “삼성테크윈이 우연히 불거져 그렇지 이미 삼성그룹 전체에 비리가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서 나도 더 걱정이 돼 이 문제를 챙겨보려 한다.”고 일갈하고 향후 삼성그룹 전반에 초유의 대대적인 감사와 인적쇄신이 뒤따를 것임을 암시했다.

삼성측은 이번 감사에서 색출된 삼성테크윈에 대한 구체적인 비리내용 언급과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지난 6월 8일 전격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오 사장의 사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과 관리소홀로 인한 것일 뿐, 개인비리 연루는 없는 것으로 삼성테크윈이 군에 납품하는 ‘K9 자주포’ 결함과도 무관하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비리 사태가 K9 자주포의 오발 및 동력계통 오작동을 놓고 돌출된 문제와 맞물려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리에 부하를 개입하는 일” 놓고 진노

 한편, 삼성테크윈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할 뿐, 다른 계열사도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의 '비리행위'와 유사한 부정과 나태함이 만연돼 있어 이를 철저히 ‘발본색원[拔本塞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단체나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을 지적하는 뜻으로도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삼성측은 "삼성에 국한된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부정부패에 대한 사례를 들며 "향응과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게 부하직원에게 압력을 넣어 강제로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해 방산업체인만큼 향응접대문화가 얼마나 골이 깊은가를 가늠케 한다.

삼성테크윈은 불과 2년여 전인 2009년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설립, 주력이던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접고 방위산업 분야에 진출했다. 언론에도 보도됐던 ‘국산명품 무기’로 불린 ‘K9 자주포’도 삼성테크윈이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개발한 역작이다. 삼성테크윈은 K9자주포를 비롯해 K10 탄약운반장갑차, K77사격지휘장갑차, 무인전투로봇차량 등을 생산하며 국내 대표 급 방산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방산부문 비율이 40%에 달한다.

 

 

K9 자주포 결함 관련 비리감사로 ‘뿌리 적발’

 삼성은 현재 20여명의 경영진단팀을 30여 명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또한 계열사 감사조직에 대한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팀을 경영지원실 등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기관으로 개편한다. 먼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감사팀을 대수술해 본래 기능회복을 통한 감사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이러한 방침에 대해 "각 계열사별 감사도 제대로 한번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대책마련 또한 미흡하다. 감사책임자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증원해 자질 향상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침을 내놓아 ‘삼성쇄신‘을 향한 의지를 표명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회장 비서실 감사팀은 삼성 내부에서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인원은 25명로 방대한 삼성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다 계열사별 감사팀도 사장 직속으로 묶여 있어서 보다 독립적이고 정밀한 자체감사를 수행하디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올해 초 2월 40여 일 동안 감사직원만 100여명이 넘고 협력업체들을 일일이 찾아가 식사접대와 같은 내용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매년 있는 정례 경영감사 및 진단으로 보고 있지만, 방산업계에서는 지난해 K9 자주포의 잦은 결함과 관련해 해이해진 기강과 내부 비리근절을 위한 질책성 감사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삼성 지독해도 뒷돈 안 받는다' 인정

 지난해에 발생한 K9 자주포의 여러 결함사고는 8월에 있은 군 훈련 중에 포 조향장치 작동 이상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3개월 후인 11월에 발발한 북측의 연평도 피격사건 때에도 연평부대에 배치된 6문 중 절반인 3문만 작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관련된 방산업계에서는 K9 자주포의 오작동을 두고 삼성테크윈이 납품받은 핵심부품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삼성 감사반이 이를 정밀조사하는 과정에서 납품 비리 등이 밝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놓고 삼성내부에서도 K9 자주포 부품납품과 직간접적인 관련 비리를 좌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테크윈의 비리는 이제 K9 자주포를 떠나서 받은 삼성의 충격은 크다. 협력업체의 향응이나 금품수수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깨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은 "부정 많은 회사에서 좋은 물건이 나올 리 없고, 좋은 물건이 나오더라도 소비자들이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언급해 왔다.

"일을 잘하려다 실수하면 용서하지만 사욕을 위해 부정을 하면 용인하지 않겠다"고 작고한 고 이병철 창업주도 뇌물수수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 협력업체 사이에서는 '삼성이 지독하게 굴어도 뒷돈만큼은 안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깨끗한 이미지를 이어온 점을 인정했다.

 

이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