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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 가계 부채 1000조... '버블위기'

이학성 기자 2011. 7. 1. 13:50

                 

                   "부동산시장 '악순환' 하반기 경제 최대 암초"

                                       저축률 OECD 최하위 수준 금융자산만으로 원금상환 역부족

                                       장기침체 전망... 변동금리 대출비중 높아 부실 가능성 ‘심각’

 

 한국은행이 밝힌 바에 의하면, 국내 가계신용(가계부채) 액수가 지난 1분기에 801조 4000억 원에 달해 사상 처음 '800조원'대를 돌파했다. 가계신용이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구매)을 합한 금액이다. 다시 말하면 순수한 개인 빚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 비영리단체 등이 대출한 액수도 더해야 한다. 금융권은 주택 담보를 융자로 빌린 중소기업의 상당 부분까지도 가계대출 범주에 넣는다. 이중에서 주택담보대출 48.8%정도가 거주용 주택이나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자금이다. 나머지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금액은 주택구입 이외에 개인 사업자금과 생활비용 등 다른 용도로 쓰였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도합해서 937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중기ㆍ개인기업 담보대출 940조 육박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최대 약점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다. 2011년 4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66.7%가 모두 주택담보대출로서 역사상 처음으로 29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도 급증하고 있다는 추세 속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의 젖줄이 막힌다면, 성장부진과 중소기업 대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은행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의 40%와 개인사업자(SOHO) 대출의 51%가 대부분 부동산담보 대출에 치우쳐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사태 시 중소기업 대출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36%로, 금융위기 직전인 42%에 비해 6%나 하락했었는데, 이는 금융권이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인 반면, 보증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말 기준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39.6%대로 금융위기 수준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금융위기 이전 중소기업 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4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부동산 담보가치만큼 공급된 상태로 추가적 공급이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과 개인기업 대출의 상당부분도 집을 담보로 해 이 역시 가계대출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800조원이 아니라 무려 940조원에 육박한다.

 

저축률 2.8% 불과 OECD국 최하위 ‘꼴찌

 가계부채의 또 다른 취약점은 저 신용 계층과 늘어나는 서민 부채의 원금상환 능력 저하를 들 수 있다. 평상시 저축이 있어야 부채상환 압박에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데, 국내 가계 저축률은 불과 2.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 ‘꼴찌‘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20%대에 달해 저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저축률이 올라갈 가능성조차 거의 없다. 여기에다 가계 부양부담 18세 이상 취업자 대비 공적연금 수급자 수비율은 2000년 5.2배에서 2009년에는 13.3배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고령화 사회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가계 내 부양부담으로 인한 저축여력도 감소해 복지생활이 어려울 전망이다. 개인이 소유한 금융자산을 통해 부채 상환을 못하는 가계들이 금융권의 원금상환 압력에 직면할 경우, 궁여지책으로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을 대폭 매각에 나서면서, 현재 미동도 않는 부동산 시장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2010년 국내 가계의 평균자산에 대한 내역을 들여 다 보면, 순수한 저축 등 금융자산 비중은 21.4%에 불과한 반면, 즉각적인 현금 확보여력이 낮은 부동산 비율은 무려 75.6%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적인 ‘부채’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단순히 금융자산만으로 부채상환을 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가계가 지닌 일반적인 형태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권이 본격적인 부채상환에 돌입한다면, 가계부채의 축소 조정능력이 떨어져 가계부채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집값 ‘그대로’ 이자 ‘증가’... 버블위험 고조

 올해 하반기 경제문제에서 최대 이슈는 ‘가계부채’이다. 이에 부동산시장의 불안정한 동향 또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주택 구매자의 대부분이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얻는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가계 대출의 부실을 가져온다.

이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대책 또한 주택 가격의 급등을 막으면서, 이와 동시에 주택 가격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을 방어하는데 만 급급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로, 취득ㆍ등록세 인하와 거주요건 폐지 등 다양한 부동산규제를 철폐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대부분인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지방에서 아파트 등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전국에서 최고인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주택시장은 꿈틀할 움직임조차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 한국은행은 물가 부담 등 이유로 꾸준히 금리인상을 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연내 한은에서 최소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태라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택 소유자들이 전세를 일제히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국적인 전세난을 야기한 것도 이자 상승분을 임대료에서 보전받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월등이 높은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이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