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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 박근혜 대선악재 되나

이학성 기자 2011. 6. 30. 15:06

 

 

                  대선가도 질주 박근혜 발목 잡는 惡材 고뇌

                               박지만ㆍ서향희ㆍ신삼길 ‘커넥션’ 놓고 박근혜, 심기 불편 ‘아리송한 해명’

                               대선행보 ‘역풍’ 수습 나선 신삼길, 박지만과 친분 등 내세워 정계에 로비

 

 박근혜 의원의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가 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 전 대표와 야당 사이 진실 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당장 박 전 대표 측은 ‘단지 친구일 뿐’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민주당은 박지만씨와 이미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간에 ‘의혹’에 대해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 창과 방패를 연상케 한다.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가 과연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관련, 민주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를 정조준하고 있다. 박지만씨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이 절친한 사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두 사람의 ‘친분’이 기점이 됐다면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는 박 전 대표의 해명이 의외로 도화선이 돼 의혹이 점차로 커지고 있다.

 

‘박지만ㆍ신삼길’ 친분 그 실상

 민주당은 박지만씨와 신 회장은 아주 절친한 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 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삼길 회장과 박지만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신 회장이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도 박씨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박씨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의 고문으로 일을 하다가 신 회장이 구속되는 등 사건이 터진 뒤 사임했다”고 밝혔다. 또 이어 “저축은행 (구명)로비가 실패했다고 하는데 삼화저축은행 로비는 성공했다. 영업정지를 당한 뒤(지난 2월)우리금융지주사에 합병돼 살아났다”며 “삼화저축은행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구속된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은 지난 3월 29일 체포되기 직전까지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지만씨와 신 회장 간의 친분과 더불어 서 변호사가 신 회장과 밀접한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또 서 변호사는 신 회장과 소망교회를 같이 다니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은 정․재계 유력 정치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1997년 ‘모나코’라는 이름의 금 가공 회사를 만든 이후 2004년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정·관계 인맥을 활용 사업을 확장해왔다. 저축은행 영업 등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지난 2007년 금괴 밀수 사건 등에 연루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바 있고 지난 4월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1958년생인 그는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 이상득 의원 측근인 이웅렬 코오롱 회장, 한때 친이계 핵심이었던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의 동생 등 또래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퇴출 위기를 맞은 삼화저축은행이 우리금융 지주에 인수되기 직전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 위원장, 이웅렬 회장, 정진석 수석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음식점에서 회동을 가졌다는 폭로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지난 6월 8일에는 이 자리에 권재진 민정수석과 민병환 국정원 제2차장 등이 동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의 권재진 민정수석과 정진석 정무수석, 민병환 국정원 제2차장, 박지만씨, 신 명예회장 등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자주 회동을 가져왔다는 제보가 있다”며 이 음식점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권 수석의 경우(저축은행 로비 연루설이 나오는)김종찬 전 금감원장과 동향 출신으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며 “여기서 나머지 인사들까지 함께 들락거렸다면 시중의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이 이 어수선한 시기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이대로 덮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계 로비 ‘다리’ 의혹

그러나 당사자들은 모두 펄쩍 뛰며 부인하고 나섰다. 권재진 민정수석은 “신 회장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박지만씨와도 최근엔 만난 적이 없다”며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몹시 격앙된 반응이었다. 정진석 정무수석도 “신 회장과는 개인적으로 약속해서 따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손사래쳤다. 국정원 민병환 2차장 측도 “박지만, 심삼길씨를 만난 적도 없고(이 의원이 거론한) 음식점도 모른다”고 말했다.

모 일간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여동생 공모 씨가 사업차 만난 신 회장과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3-2004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박지만 씨를 신 회장에게 직접 소개해 줘 두 사람이 친구 사이가 됐다는 것이다. 그 후 세 사람은 자주 식사 자리를 가졌고 신 회장과 박지만씨는 1958년 개띠 동갑이라 이른바 ‘아삼륙’(단짝 친구)이라고 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것이다. 공모 씨 외에도 다른 친박 의원에 따르면 “두 사람이 상당히 친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박지만씨도 수시로 신 회장을 만나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기업인 L씨 등 정․관․재계 인사들을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 씨는 “박지만씨가 자기 주변 사람 상당수를 신 명예회장에게 소개시켜 줬다”며 “신 회장이 뭔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박지만씨에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박지만씨가 신 회장의 정․관계 인맥을 넓히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박지만씨가 구속 중인 신 회장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하며 박지만씨 부인인 서 변호사가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신 회장의 변호를 도와줬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잘 나갔던 서 변호사

 박지만씨의 부인 서 변화사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이 2009년 4월 20일부터 지난해 4월 19일까지 1년간 삼화저축은행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고 1년의 계약이 만료되자 즉시 계약기간을 1년 연장했다. 서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이 지난 1월 14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신 회장이 지난 4월 1일 불법대출 및 횡령혐의 등으로 구속될 당시에도 법률고문이었으나 계약 만료 직후인 지난달 다른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 변호사에 대한 ‘왕성한 경제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각 계에서 서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애썼고 일부 기업에서는 서 변호사를 영입한 후 주가 상승세를 타기도 해 재계․법조계에선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의 후광 때문이 아니겠냐고 설왕설래 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 4월 미주제강의 자문변호사로 선임됐다. 같은 시기 미주제강은 박정희 정권 당시 실세로 꼽혔던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아들인 윤해관 씨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런 연고로 미주제강은 ‘박근혜 테마주’로 이름을 날리며 주가 상승세를 탔다. 미주제강이 대주주로 있는 성원파이프(현 비앤비성원) 역시 이즈음에 서 변호사에 대한 영입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서 변호사는 또 3년 전부터 국내 폐기물 처리 분야 선두기업인 인선이엔티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통로로 기업 지배구조개선펀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서 변호사가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두 기업이 그간 얼마나 큰 덕을 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두 기업의 투자자들은 서 변호사 영입을 크게 반가워했다. 한 사모펀드 변호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회사들이 판사․검사 경력도 없고 실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서 변호사를 앞 다퉈 영입하려고 한 이유가 뭐겠느냐”라며 “서 변호사의 뒷배경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건개 변호사와 설립한 법무법인 ‘주원’이 출범하자마자 급성장했지만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부각되며 구설수에 오르자 지난 해 주원을 그만 두고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 변호가가 사외이사나 고문변호사 등으로 몸담은 기업들은 증권가에서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돼 느닷없이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또 서 변호사를 주가 부양에 이용하려는 기업도 있었다.

박지만씨와 신 회장의 친분, 그리고 서 변호사의 왕성한 활동 등을 배경으로 민주당은 신 회장이 친분이 깊은 박지만씨를 다리로 여권 핵심부에 로비를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박지만씨 부부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확인되는 대로 계속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사실을 근거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검찰 몫”이라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저축은 사태 ‘역공’

 민주당이 박지만씨를 겨냥하는 까닭은 호남 출신 민주당 전 ․ 현직 의원들의 이번 저축은행 비리 연루성과 ‘전 정권 탓’이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오히려 역공에 나선 것이다. 또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박 전 대표 측과 친이계 구주류 사이를 갈라놓을 기회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민주당 정책의원장은 “매일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현재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몇 명 의원이 신 명예회장과 박지만씨가 친한 건 사실이라고 제게 개인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친박계는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적 공세’라며 평가절하했다. 이른바 ‘박근혜 흔들기’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이성현 의원은 “비리와 연관된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모를까,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부당거래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한구 의원은 6월 8일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하고 싶으면 박 전 대표를 상대로 해야지 가족을 자꾸 건드리면 비열하지 않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또 “누구하고 누가 친하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민주당을 싸잡아 공격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 박지만씨가 신 회장에게 정·관계 인사들을 소개시켜줬다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박계는 당장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만간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첫 총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인 만큼 박 전 대표 관련 이슈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미래 권력’ 걸림돌 제거

 논란의 핵심이 된 박지만씨는 박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 명예회장과는 로비이고 무엇이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그렇게 나오느냐”며 친박계 의원에게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박지만씨의 해명이 전해지고 난 뒤 박 전 대표는 지난 6월 7일 언론의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본인(박지만)이 확실히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반응은 단호했고 질문을 던진 기자들마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한마디 정치’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동생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한마디’는 오히려 의혹의 역풍을 불러왔다. 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확실하게 뭐라고 말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지 않나. 박지만씨가 무슨 얘기를 국민에게 했느냐”며 “박 전 대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우려면 확실하게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 좋다”며 반발했다.

박 의원은 “밝힌 것도 박 전 대표가 동생 박지만씨로부터 들은 얘기밖에 없다”며 “내용을 밝힐 때는 국민의 의혹을 풀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박지만씨가) 직접 밝혀야 하며,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에 가서 밝히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해 “동생의 얘기만 듣고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까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그걸 곧이듣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것이 본인의 대선 가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리라는 걱정을 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박 전 대표의 단호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박지만씨에 대한 의혹은 확대되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마저 박지만씨 부부의 최근 행보가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아직까지 명확한 정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여권의 실세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박 전 대표에게 있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에 동생 박지만씨의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킬만한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정치전문가는 진단하고 있다. 검찰의 저축은행 관련 수사가 더욱 확대되면서 박지만씨 관련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이는 유력한 ‘미래권력’으로 떠오른 박 전 대표에 대한 상당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박지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