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 및 성곽 복원공사’를 맡아
“최대한 정확하게 전통기법 지키며 옛모습 그대로”
어려서부터 배운 돌 일, 자신이 평생 해야 할 보람
2008년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한 뒤 벌써 4년이나 됐다. 2008년 2월 10일 화재가 난 후 5월 31일 현장을 수습하고 11월 설계에 들어간 후 오랜 시간 동안 숭례문 복원에 노력해온 것이다. 이번 숭례문 복원의 기본 틀대는 최대한 정확하게 전통기법을 지켜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다는 데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숭례문 복원에는 많은 장인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 석장으로는 이재순(조각)씨와 이의상(구조)씨가 참여하고 있다.
이의상씨는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석장으로 우리민족의 혼과 얼이 서려있는 석조물을 제작 또는 보수하거나 석조구조물등의 보수 복원을 하는 장인이다. 이의상 석장은 어려서부터 배운 돌 일이 자신이 평생 해야 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신념과 사명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다루기 힘들고 어려워 남들이 기피하는 돌 일을 고집스럽게 배우고 익혀, 문화재 수리기능자(한식석공)자격 및 최고의 명예인 주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석장)의 영예를 스스로 성취해 냈다. 그는 한 분야에서만큼은 최고 기술자란 영예자라로서 영원히 보존돼야 할 귀중한 문화재를 더 이상 타락되지 않도록 국보, 보물, 사적 등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중요 문화재를 보수 정비 하는 일에 평생을 바쳐 매진했으며, 할석, 가공 등의 전통기법과 연장 및 장비사용 방법 등을 전수할 후진 양성에도 전력을 다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숭례문 육축 및 성곽 복원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성곽을 보수하거나 쌓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한 현장답사를 통해 남아 있는 돌의 재질을 살피는 일입니다. 새로 가져온 돌과 남아 있는 돌이 비슷해야 이질감 없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요. 숭례문 성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돌을 어떻게 다듬어 써야 하는지 충분히 조사해 전문 위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결정한 뒤 작업할 계획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숭례문, 장인정신으로 충실히 재현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숭례문 복구 현장에서 만난 석장(石匠) 이의상(68)씨는 숭례문 주변 성곽터를 분주히 다니며 현장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올봄부터 내년까지 제자들과 함께 숭례문 성곽터 복구를 담당하게 된다. 석산에서 캐온 원석을 숭례문으로 옮겨와 망치. 메. 정 등 전통공구로 치석(가르기.다듬기)하고 일부는 기중기 등 전통기구로 성곽을 쌓는 것이 그의 일의다. 숭례문의 성곽은 숭례문 동쪽 남산자락으로 88m, 서울상공회의소 방향으로 16m의 길이로 각각 복구된다. 동쪽 성곽은 하부 구조 50m를 먼저 쌓은 뒤 위쪽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현재 숭례문은 좌. 우 측 성곽 복원과 문루(門樓) 조립작업이 진행 중으로 전체 공정의 약 75%를 완료했으며 총 69m가 복원되는 성곽은 오는 6월 말 복원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그는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구의 기본 방향을 ‘전통기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숭례문’으로 정한 만큼 모든 장인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무엇보다 전통 제작기법을 재현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엔 시간을 내기 힘들다며 인터뷰를 주저하던 그였지만 막상 기자를 만나자 알기 쉽고 재밌게 석공작업을 설명했다. 석장은 산에서 떼어낸 큰 돌을 숭례문 현장으로 가져오면 쓸 수 있는 용도에 맞게 쐐기를 박아 할석(割石)을 한다. 숭례문 성곽에 쓰이는 석재는 기존의 숭례문 석재와 비슷한 경기도 포천 석재를 쓸 예정이다. 돌산에서 떼어온 ‘마른 돌(원석)’에 가운데 먹선을 그린 뒤 선을 따라 쐐기를 박아 쪼갠다. 그리고 표면의 요철은 정으로 다듬는다. 다른 데선 공사비용도 안 나오는 이런 까다로운 작업은 하지 않는다. 숭례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어온 돌은 대장간에서 각종 연장을 벼려, 전통공구로 치석을 하게 된다. 치석은 메. 털이개. 정. 도드락망치. 날망치 등을 이용해 메 다듬(불필요한 부분을 쇠메로 쳐서 떼어내는 일), 털이개 다듬(털이개를 이용해 크기에 맞게 선 부분만 작업하는 일). 정다듬(뾰족한 정으로 쪼아 평평하게 다듬는 것) 등의 정교한 작업을 말한다.
숭례문 복구에 참여하는 장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 영광
석장 이의상씨는 돌 다듬기나 석축 때 주의 깊게 봐야할 핵심기술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성곽을 쌓을 때 챙겨야 할 것은 최대한 기존에 사용하던 재료와 동일한 석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석재 채취과정에서는 결과 절리(암석에 외력이 가해져서 생긴 금)를 찾아서 할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석재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쪼개집니다. 석재를 쌓을 때에는 서로의 하중을 고려해서 쌓아야 할 뿐만 아니라 토압이나 수압을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곽을 쌓은 후에는 제초제를 뿌려 석재의 틈 사이에 풀이 자라나지 않도록 해야 붕괴의 위험을 줄이고 오래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오랜 경험과 기량을 인정받아 2007년 9월 석구조물 분야 석장으로 이재순씨(석조각 분야)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됐으며, 숭례문 복구에 참여하는 장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까지 안게 됐다.
그는 늘 석장으로 지정될 때의 지정사유를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고 기계 도입 등으로 인해 전통석조물 제작기법이 사라져가게 되었다. 이에 사라져가는 석조물 제작의 전통기법과 기능을 보전. 전승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문화재청이 밝히는 석장 지정사유다. 따라서 그는 이 같은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석장의 역할을 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여긴다.
석공은 일이 험해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전승이 끊어질 수 있어...
1942년 일본 나라 현에서 태어나 광복되던 해 고국에 들어온 그는 16세 때 석공에 첫발을 들였다. “광복이 돼 가족들과 귀국했으나 가세가 기울어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이후 1956년 제2의 고향인 전주로 가 당시 대동공업사 직영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하는 허드레꾼으로 취직했습니다.”대동공업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저수지 공사를 하던 회사로, 석공들이 도구 수리와 연장을 벼리러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석공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당시 책임자였던 스승 이재만 선생을 만나 그 길로 철물 일을 접고 석공 일을 시작 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체중의 두 배가 넘는 돌을 목에 지어 나를 때는 울고 싶을 정도였지만 차츰 돌 일에 재미가 생겼다. 이후 군대를 다녀온 뒤 1966년 경복궁 돈화문 바닥 돌 가공 및 시공을 시작으로 50여 년간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신라비, 정암사 수마노탑, 남한산성 등 수많은 유적의 복원과 정비에 참여했다. 그가 한 석공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정암사의 수마노탑이다. 감정까지 해서 구한 돌을 사용해 완전히 해채 복원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물과 유적의 보수 복원작업에서 내 원칙은 최대한 정확하게 전통 방식을 지켜서 하는 것입니다. 돈 욕심을 냈으면 기계식 장비로 벽돌 붙이듯이 쉽게 할 수도 있었지만 장인으로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지요.”
50년 석장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것에 후회는 없지만 세간의 외면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목수나 단청은 미술대학에 관련학과가 있어 후학 양성이 잘되는 편이지만 석공은 일이 험하고 교육기관도 따로 없어서 배우려는 사람이 없으니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전승이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희를 코앞에 둔 그의 소망은 제자 양성과 석장 이론의 정리를 위한 전수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전수관 내에 석공 연장과 도구들을 전시하고, 한쪽에는 대장간도 마련해 손수 전통공구를 벼리고 후배 석공들에게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게 하고 싶다.
지난해부터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수관 설립을 지원키로 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전통문화발전을이어온 석장 이의상씨는 금년 한국언론기자협의회, 이슈뉴스타임 공동제정 문화국민대상 “전통석조문화대상”수상을 받았다.
취재_이학성 기자
대표 작업 및 주요 약력
서울 : 서울성곽 보수공사 (사적 10호)
이천시 : 설봉산성 보수정비공사 1차, 2차, 3차 공사 (사적423호)
태평흥국명 마애보살좌상 공사 (보물 제982호)
인천강화 : 강화 광성보 포대공사
고양시 : 강매동 석교 해체 보수공사
강원도 : 태백산 천재단 공사, 정암사 수마노탑 공사(보물410)
경상도 : 봉감모전5층석탑 공사(국보187호)
영해 봉수대공사
울진 봉평 신라비 공사(국보242)
의성탑리5층석탑 공사(국보77호)
제천시 : 덕주산성 남문1차2차3차 복원공사,북문1차2차복원공사,
덕주산성 동문 복원공사,중간내성 복원공사
전남승주군 : 낙안읍성 보수공사 (사적 302호)
충남서산 : 해미읍성 성곽 보수공사(사적 116호)
경기광주 : 2004-2009 남한산성 성곽 정비공사(사적 57호)
양주시 : 2006-2008년 양주 회암사지 유적 정비공사1차2차(사적128호)
서울시 : 2008-2009년 덕수궁 북행각 기단및초석공사(사적 124호)
수원시 : 화서문,창룡문,화홍문 다리잇기 공사/수원화성 보수공사(사적3호)
2008년 수원행궁앞 어도 공사,
2008 수원시 청사내 전광판 석공사
여주군 : 1999,2009년 파사성 1차,2차,3차 공사 (사적251호)
하남시 : 2006년 춘궁리 3층석탑 해체보수공사(보물제13호)
창녕군 : 2009-2010년 영산 만년교 보수정비공사(보물564호)
여주군 : 2010년 효종능(영릉) 정자각 기단 보수공사(사적195호)
서울시 : 2010-2011 칠레및아르헨티나 독립200주년 기념 다보탑 제작 및
현지 설치
2011년 부석사 회전문 앞 석축 해체 보수공사
2011년 진도 금골산5층석탑 해체보수공사(보물529호)
2011 – 2012 남산회현자락 성곽복원 공사(현재 공사중)
2010 - 2012년 숭례문 육축 및 성곽복원공사(국보1호) 현재
공사중 : 2004-2011 년 문화재 수리기능자 시험위원(한식석공)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120호 석장
2010년 대한민국 문화유산상(보존,관리분야)수상(대통령상)
2010년 ~(사)한국문화재 기능인협회 남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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