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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천만 원'시대 가정재정 ‘휘청’

이학성 기자 2011. 6. 17. 14:35

                    대학 등록금 ‘1천만 원'시대 가정재정 ‘휘청’

                   “私교육비로 가계 주름살 심화... 노후대비는 언강생심”

                                세계서 두 번째로 비싸... 상위 20% 가정도 대학생 둘이면 '허덕'

                                입학 후 월세ㆍ생활비 가중 연봉 6500만원 중 2400만원 ‘교육비’

 

 지난 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8519달러(구매력평가기준)로 미국 · 일본 · 영국 등 조사대상 11개 나라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대 등록금 역시 4717달러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에 따르면 서울 소재 34개 4년제 사립대 중 20개의 연간 평균 등록금이 800만원을 웃돈다. 의대가 있는 경우 1인당 평균 등록금이 900만원에 육박했다. 대학 등록금은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한 이후 급등했다. 2001년만 해도 인상률이 4.9%였던 국공립대 등록금은 2002~2008년까지는 매년 7.4~10.3%씩 올랐다. 이에 사립대들도 매년 5.1~6.9%씩 등록금을 인상했다. 정부가 대학 운영의 자율권을 주겠다며 도입한 제도였지만, 등록금의 가파른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2006~2010년 물가가 16% 오른 데 비해 국공립대 등록금은 30.2%, 사립대 등록금은 25.3% 뛰었다.

 

기형적 교육재무구조 '반값 등록금' 해결 ‘난망’

 현재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이 1년간 학생 1명에게 투입하는 교육비 대비 1인당 등록금 비율은 무려 95%에 달하며, 교육선진국인 일본(48%)과 영국(30%)의 2~3배를 상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교 재원조달 중에서 차지하는 대학생 등록금 비중이 과다하게 책정된 지금의 기형적인 교육재정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반값 등록금' 해결 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준이 매우 높게 된 주요한 요인은 우선적으로 대학들이 학생에게 의존하는 등록금 비중가 너무 높은 것이 원인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구미 선진국의 대학들은 개인들의 기부금이나 사업투자 수익금으로 학교 운영 면에서 재원(財源) 확보를 충당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에게 받은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한국의 사립대학 수입은 등록금, 정부 보조금, 재단 전입금, 기부금 등으로 크게 나뉜다. 지난 2009년 통합회계 결산을 보면 확연해진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재정수입액은 24조4501억 원인데, 이중 등록금 비중은 절반이 넘는 52%로 12조7091억 원에 달한다. 이와는 반대로 기부금과 교육부대수입, 정부지원금은 각각 2.4%인 5812억 원, 8.8%인 2조1432억 원, 11.6%인 2조8291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미국가 비해 지나친 등록금 의존도 심화

 일부 재정 면에서 허덕이는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 비율이 무려 80~90%에 달한다. 하지만, 선진교육국가인 미국 사립대학은 등록금 비중은 26%에 불과한 반면, 교육투자 수익금은 30.7%로 재정조달면에서 원활하다. 이는 사학법인으로서 교육발전기금을 통해 주식·펀드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정책으로 학교 운영에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명문대학들이 얻는 기부금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버드대가 11%, MIT 10%, 예일대 8.9%, 다트머스대 10% 등으로 나타나 한국 대학들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 대학들은 대학병원 운영과 기타 관련부속 사업도 잘해 수입도 13.7%를 차지한다. 영국 대학 역시 전체 재정수입금 중 등록금 차지 비율은 26.7%에 그친 반면, 정부 지원 교부금은 36.3%, 연구조성금이 15.9%로 나타났다.

 

유약한 사립대 국고보조의존... 경쟁력 ‘제로’

 과연 우리나라의 등록금 해결방안은 요원한 것인가. 전국에 캠퍼스를 둔 프랑스의 국립대학인 파리 1, 2대학과 미국의 주립대학처럼 광역 자치단체가 설립한 대학 이외에 사립인 아이비리그처럼 명문사립대학의 경우는 경쟁력이 확보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지금의 수많은 종합대학들은 특정한 분야에서 인정받아 단과대학 또는 전문대로 전환할 경우를 제외하고 경쟁력은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사립대학은 재단비리나 교수임용 비리문제로 늘 시끄럽다. 해만 바뀌면 의례히 올리는 일부 사학재단들은 교육을 통한 장사꾼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 국립대 통폐합과 일방적인 입학인원 증가는 그나마 경쟁력이 아예 없는 사립대학에게는 치명적이다. 대학생 머리수로 받아오던 국고보조금은 줄고 등록금을 올려야 대학운영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불투명하고 비리로 얼룩진 데다 공공성마저 상실해 이제 유명무실한 대학들을 퇴출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한국대학의 더 큰 병폐는 너나할 것 없이 80%가 넘는 진학 문화다. 이러다 보니 대학이 인격교육이나 도덕성, 창의성, 전문성을 부여하기보다 생산에만 매달리는 정책과 무조건 학력과 관계없이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문화도 문제다.

이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