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나진호 회장

이학성 기자 2012. 1. 19. 16:21

 

 

천상의 장어 인간 세상에 오다

자양강장, 힘의 상징 민물장어

 “맛이 달콤하여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 이는 정약전 ‘자산어보’에 있는 장어의 효능에 대한 기록이다. 뿐 아니라 동의보감과 방약합편, 본초강목 등의 고서에서도 장어가 영양의 보고임이 잘 기록되어 있다. 흔히 장어는 자양강장에 좋은 스태미나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장어는 한 가지 수식어로 설명하기에는 그 영양가가 너무나 풍부하다. 콜라겐과 고혈압, 당뇨 등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고 비타민A는 쇠고기에 비해 최고 1300배까지 들어 있으며 비타민E, 칼슘, 철 등이 많아 피부미용이나 허약 체질 개선에 효과적이다.

 

전국 520여개 장어 양식업체 생산자를 하나로 ‘(사)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나진호 회장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해”

 우리나라에서 이 귀한 장어 양식을 하는 업체는 520여개 정도이다. 이 업체의 생산자들이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에 목소리를 한데 모아 민물장어의 지속적인 기술개발, 품질과 유통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힘쓰고 있다. 전국 장어 사업장은 ‘전남>전북>충청, 경기>경상도, 강원도’ 순이며 그 중에서도 전라남북도가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의 업체가 중소기업 급이어서 몇 십억씩 매출액을 올리거나 많은 곳은 15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1차사업이지만 그 규모의 움직임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연합회장인 나 진호 회장은 2005년 중국산 장어파동을 겪은 후 장어를 잘 양식하는 것만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005년에는 중국산 장어에서 발암물질인 ‘마라카이트 그린’이 발견돼 국산 장어까지도 큰 피해를 보는 일이 있었다. 그때 나 회장은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 회장은 2007년 5얼에 영광 민물장어생산자협회를 출범시키고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전국단위 생산자협회를 창립하는 등 민물장어 양식 생산자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2008년 12월 22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의 사단법인이 되기도 했다.

 

<4년 협회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다>

‘뱀장어’가 아닌 ‘민물장어’ 캠페인

 장어를 부르는데 있어서 뱀장어라고 하기도 하고 민물장어라고 하기도 하는데 원래 민물장어의 학명은 뱀장어이나 협회에서는 뱀장어보다는 ‘민물장어’ 부르기 운동을 하고 있다. ‘뱀장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거부감이 국민들에게 거리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에서도 친근한 우리말인 ‘민물장어’로 표기될 수 있도록 정부나 학계에 건의 중에 있고 무엇보다도 생산자가 먼저 적극 실천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품질로 신뢰주는 장어로만 다가갈 것...” 민물장어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한국민물장어협회’의 결성은 생산자의 입장 대변의 취지로 출범했지만 생산자들의 중심에는 ‘품질 좋은 장어를 국민모두에게 부담 없이 가까이하게 하는 것’에 있다. 2005년 중국산 장어로 겪었던 피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협회를 결성해 2007년에는 업계최초로 원산지 정착을 위한 감시및 단속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과 협력하고 관세청이 주관하는 단속활동을 계속 진행해 2010년에는 민물장어 원산지를 위반한 사례를 18건이나 적발하기도 했다.

 

실뱀장어 이식승인 연장 및 자유화

 한편 협회의 출범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실뱀장어 종묘 부족 현상이었다. 2008년 당시 국내 실뱀장어 입식량이 부족하여 관례적으로 2월까지인 실뱀장어 이식승인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산과학원’, ‘실뱀장어 어민유통 연합회’ 등 많은 회의 를 통해 거듭된 노력과 설득에 거쳐 이식기간을 연장하게 되었다. 결국 2011년에는 실뱀장어 이식기간 연중 자유화를 실현하여 실뱀장어 수입 제한기간 해체를 하게 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간종묘 관세 폐지 및 중간종묘 수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을 비롯하여 각종 방송

2009,10,11년 서울 무역센터 COAX 민물장어 홍보 및 시식회

 2009년 7월 일요일 저녁 최고의 시청율을 올리고 있던 1박2일 프로에서 ‘전남 영광’ 편이 방송되었다. 복불복 한판승부의 메뉴로 등장한 장어구이는 저녁 시간대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기에 충분했다. 강호동과 이승기가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게 먹는 것과 달리 은지원이 장어구이 쌈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쌈장을 반납하는 장면에서는 보는 이들까지 애가 타게 했다. ‘1박2일’ 외에도 ‘체험삶의현장’, ‘한식탐험대’, ‘전국노래자랑’, ‘6시내고향’, ‘네트워크’등 방송을 통한 민물장어 홍보 활동을 계속했다.

또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 무역센터 COAX에서 민물장어 소비촉진을 위한 무료시식회를 통해 홍보를 했다. 무엇보다도 2011년 11월 11일부터 열렸던 ‘코리아푸드 엑스포 2011’ 는 33개국에서 식품관련 7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식품관련 분야 종사자를 비롯한 국내외 일반인이 15만 명 방문해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로 열렸다. 이 박람회에서 식품관 중앙에 위치한 민물장어 부스는 다양한 장어요리를 시도해 가장 긴 줄을 자랑하며 언론에서도 그 주목을 끌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식회에 민물장어 소금, 양념 구이, 영양죽 등이 주 메뉴였다. 올해에는 그 메뉴가 다양해져 그 전 메뉴에 민물장어탕, 민물커틀렛, 민물장어미나리초무침 등을 더해 내세웠고 그 외에도 민물장어탕수육이나 민물장어햄버거라는 퓨전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 회장은 이번에 코엑스 메뉴 외에도 다양한 장어요리 레시피 37가지를 개발해 곧 묶음 자료로 선보일 예정이다. 술안주, 어린이 영양 간식 등 파트 별로 섹션을 나누어서 주제에 맞는 장어요리 레시피를 묶어 정리해서 마지막 편집 작업만 마치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내년에는 조리사 협회와 연결해 ‘장어 전국요리대회’를 계획하고 있고 방송을 통한 홍보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민물에서 살다가 바다로 돌아가는 장어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번 만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이는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이다. 이러한 철학적인 노래가 나올 만큼 장어의 태생조건은 특이하다.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커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 깊은 심해에 산란을 하고 죽는다는 것까지도 장어는 기운찬 힘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 한편 양식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장어는 그만큼 키우기 까다로운 어류 업종이다. 장어는 난대성 어류인데다가 어두운 곳에서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다. 또 소음이나 진동에 예민하고 빛을 싫어한다. 양식을 할 때도 이 생태 특성에 다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양식장은 한겨울에도 섭씨 28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없다. 또 장어를 양식할 때, 바다에서 산란된 장어가 바다와 강을 오르내리는 길목에서 치어들이 성장하고 그 부근에서 치어를 가져와 양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어도가 많이 차단되어 있어 치어 생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장어가 최근 왜 이리 비싸졌냐. 비싸서 못 먹겠다는 말을 들을 때 생산하는 입장에서도 참 마음이 좋지 않다. 이는 장어 생산원가가 너무나 올랐기 때문이다. 사료 값만 해도 10년 전에 20kg 에 18,000원 이었던 것이 64,000으로 네 배 가까이 올랐고, 무엇보다도 치어 값이 300원, 400원 하던 것이 4,000원이 넘게 올랐으니 장어 1kg생산에 드는 생산 원가가 3만원이 훌쩍 넘고 식당에서 마진을 남기기 위해 2만 원 정도를 붙여 판매하게 되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에서는 앞으로 치어 확보에 있어 어려움을 주는 방조제 건설 등을 인한 피해보상에 정부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할 생각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안으로 지금처럼 kg로 파는 단위가 아니라 고기처럼 인분으로 파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 중에 있다.

 

2011. 2012 협회의 비전과 방향

 ‘민물장어생산자협회’는 생산원가 때문에 사업운영에 피해가 없도록 무엇보다도 장어소비시장이 활발해 질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이 생산원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우선 정부와 접촉해 “기름값 80% 보조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치어확보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을 인공부화 연구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시도 중에 있다. 현재 과학원과 연구 중에 있는 이 인공부화가 성공하게 된다면 장어를 몇 조를 수출할 수 있는 전략품으로도 노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더불어 유통라인 부분에 있어서 취약한 부분도 함께 힘쓸 계획이다.

                                                                                                                                                                                                   이학성 기자

<나진호 회장과 일문일답>

Q. 회원사가 520여개 업체가 된다는데 그 규모가 보통보 중소기업 이상 된다면, 공동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애로사항은 없는지.

A. 물론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견해들도 다양하죠. 저는 살면서 세우고 있는 원칙이 있고 이것을 지키려고 합니다. “먼저 인생의 시기는 과거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를 보면 답이 있고, 다음으로 사람 관계에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3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으로 살다보면 정말 답이 있더라고요. 저희 협회에는 저보다 연세 드신 분들도 있고 어린 분들도 많은데 초지일관 저를 내세우지 않고 전체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힘쓴다는 마음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일을 할수록 힘이 더 실어진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Q. 장어를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 설사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A. 그건 장어를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난 게 아니고 장어의 영양분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유 먹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지요. 우유 먹고 설사하는 사람의 경우도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거든요. 그리고 많이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장어를 드실 때 생강과 같이 드시면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같이 드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장어를 먹은 후에 바로 복숭아를 드시면 배탈 나시는 경우도 있으니 바로 드시는 것은 조금 참아주시는 게 좋구요.

Q. 우리가 알고 있는 장어요리는 대개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등 두 종류로 알고 있는데, 그 이외도 집에서 간단하게 장어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지.

A. 간단한 요리라면, 먹다 남은 장어를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썰어서 장어죽을 써먹을 수도 있고요. 된장국에 장어만 넣으시면 장어탕이 되는 것이고. 돈까스처럼 빵가루 묻혀서 냉동했다가 튀겨 먹으면 그것도 장어커틀렛이나 가스가 돼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장어요리가 절대 어려운 게 아니에요.

 

Q. 장어생산에 뛰어든 지가 10년 정도 되신다는데.

A. 건설업을 하다가 선배님이 운영하시는 양식사업장에 놀러갔다가 영향을 받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시행착오가 많을 것을 예상해서 가상 시나리오를 짜고 5년간 가상 운영을 해보고 시작을 했습니다. 실제 현장 준비기간은 두 달밖에 안됐지만 5년간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이건 생산성 있는 사업이라는 판단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양식장 규모는 70톤 정도의 생산량을 내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보통 규모입니다. 1톤이라고 하면 성어가 보통 3~4천 마리 정도를 배출한다고 보면 되고, 매출로 따지면 20억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Q. 사업을 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좋은 일들을 많이 하신다는데.

A. 네. 물론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서 같은 업을 하는 분들하고 양로원 방문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후배들 장학금도 주고 모교에 대학 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활동에 고민도 하고 우리 업을 떠나서 수산전체의 일을 고민하면서 이렇게 사회에도 관심을 갖는 것들이 사회에 환원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Q. 기타하고 싶은 말씀은.

A. 지금 우리 수산인들이 같이 농림수산식품부 같이 들어가 있지만 농업에 비해 혜택을 많이 못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1차산업이지만 소득세도 내야하고 기계류 어구를 사도 농업 같은 경우는 트랙터 한 대 당 50%보조에 부가세를 면제해 주는데 저희는 내야하고 전기에너지 보조금 부분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농업만큼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 수산회도 조직에서 힘을 모아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힘쓸 계획입니다.

나 회장은 마지막으로 “지금 에너지 정책 사업부분에서 원료 값만 낮춘다면 저희들이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에 10대 신성장등록품목과 10대 수출전략품목에도 저희 산업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도 그렇게 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까지 우리나라 민물장어의 세계 성장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마치 바다에서 태어나 강물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가 산란하고 생을 마치는 자신의 생애에 책임을 다하는 힘찬 장어의 특성을 닮은 나 회장의 포부에 우리나라 장어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산업의 미래가 밝아 보여 마음이 든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