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존 장병들, 전우들 살아 돌아오길 기다린다

이학성 기자 2010. 5. 7. 13:57

 

 

 

 

본 자료는 생존 장병의 구술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꼭! 살아 돌아와, 실종된 전우 위해 구명정 남겨둔 천안함 장병

 최원일 함장, 침착한 구조 및 이함 지휘와 승조원들의 일사불란한 행동

생존한 58명 승조원 전원 생환, 이함 시 실종 전우 위해 구명정 남겨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그때도 그들은 대한민국 해군이었다.

 “모두 침착하라. 내 지시를 따르면 모두 다 구조될 수 있다. 적의 도발이 있을 수 있으니 몸을 숙이고 조용한 가운데 주변을 살펴라. 부장(소령 김덕원)은 인원을 파악하고 고속정 계류 가능 위치를 찾아라. 갑판선임하사(중사 이광희)는 상태가 양호한 대원들과 내부 생존자 여부를 파악하라” 사건 당일 천안함 최원일 함장은 자신의 CO2 재킷을 부상당한 오성탁 상사(병기장)에게 입히며 생존한 승조원들을 안심시키고는 침착하게 구조 및 이함 절차를 밟았다.

 

위기상황에서 지휘관 구조한 허순행 상사

 이 때 함장은 통신장에게 구조된 뒤였다. 통신실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허 상사는 사고 직후 망치와 15 파운드 소화기를 이용하여 함장실 문을 부수고 소화호스를 이용하여 함장을 구조하였다.

 

부장 김덕원 소령, 필사의 노력으로 탈출구 찾아

 부장 김덕원 소령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최초로 함 외부로 통하는 도어를 찾아 개방했다.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이 덕분에 승조원들이 탈출 할 수 있는 생명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주임상사(조타장)인 김병남 원사(진)도 갑판장 김덕수 상사에게 치료를 받고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피를 흘리며 함장의 지시에 따라 천안함의 맨 위쪽인 통신실 좌현 격벽에서 승조원들에게 행동지침을 주었다.

 

질서정연한 이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임을 잊지 않았다

 포술부, 작전부 승조원 침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안재근 상병이 함장에게 “승조원 침실에 남겨진 장병은 없습니다”라고 상황보고를 했다. 천안함 1층 상비탄약고에서 근무 중이던 안 상병은 일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튕겨져 나갔었다. 안 상병은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본능적으로 전우들을 찾아 나섰다. 컴컴한 복도를 지날 때, 사방에서 신음소리와 뒤엉켜진 물건들로 혼란스러웠지만, 근무를 위해 휴대했던 손전등으로 침착하게 여기저기를 살폈다. 많은 장병들이 간부를 중심으로 부상자를 대동하고 갑판상으로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당시 갑판위로 올라갔던 육현진 하사는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으니 절대 물에 뛰어내리지 말라는 선임 부사관들의 지시에 따라 주변 동료들과 서로 몸을 손으로 비비고 마사지를 하며 체온을 유지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동료, 후배 먼저 구했던 구조현장

 전투상황실 이연규 하사(전탐)가 하반신 경련 증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서보성 하사(사통)를 엎고 이동했으며,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함교에서 오른쪽으로 튕겨나간 대원들을 부력방탄복과 CO2 재킷을 착용시켜 함 외부로 구조했다. 함교 부직사관 이광희 중사 또한, 함교 우현에 매달린 견시 공창표 하사를 끌어올려 배성모 하사와 함께 좌현 격벽 쪽으로 이동시켰으며, 몸으로 계단을 만들어 함교 출입문을 통해 탈출 시켰다. 이어 이 중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우현으로 이동해 구명정을 터뜨려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는 부상전지를 이용하여 조난 위치를 알렸다.

 

구조현장의 작은 영웅 안재근 상병, 승조원 침실 장병 구조

 안재근 상병은 순간, ‘몸이 온전한데다 손전등을 가지고 있는 내가 구조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상병은 침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12켤레의 신발과 구급상자, CO2 재킷 5개, 옷가지 등을 닥치는 대로 챙겼다. 많은 전우들이 속옷 차림으로 여기저기를 다쳐 있었기 때문이다. 안 상병은 샤워 중에 사고를 당한 이은수 이병이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옷을 입히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이 이병은 “샤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캄캄한 상태에서 선임이 덮어준 담요를 덮고 밖으로 나왔다. 갑판 위로 나와 보니 선임 병들이 절대로 바다로 뛰어들지 말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해경 정에 구조됐다”고 말했다. 또한, 전환수 이병은 손가락이 부러지고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안 상병은 전 이병과 구급함을 간부에게 인계하고 다시 승조원 침실로 뛰어들었다. 배가 가라앉고 있었지만 혹시 발견하지 못한 장병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침실 방향으로 자동으로 움직였다. 안 상병은 침실 내에 장병이 없음을 확인하고 함장에게 결과 보고를 했다.

 

눈 안 보이는 후배에게 자신의 안경 준 김현용 중사

 원상사 침실에서 취침 중이던 전자장 김정운 상사는 사고와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는 부상을 당한 김병남 원사(진), 오동환(내기장), 김덕수(갑판장), 정종욱(내연장) 상사를 탈출시키고 침실 내 남은 인원이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이들은 배가 우측으로 누워 천장이 되어버린 출입문을 향해 소화호스를 타고 5m를 기어올라 탈출한 것이다. 김 상사는 함 외부에서 한 쪽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었던 신은총 하사(전자전)를 구조한 뒤 고속정 계류가 어려울 경우의 대책을 생각했다. 이 때 신은총 하사는 김현용 중사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사고 순간 전투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김현용 중사는 하체골절과 안면부 좌상을 입은 서보성 하사를 김기택 하사와 함께 로프를 이용하여 상황실 밖으로 구조하고, 천장에 매달려 고통과 앞이 안보임을 호소하는 신은총 하사를 바닥으로 내리고는 자신의 안경을 씌워 주는 전우애를 발휘하였다. 신 하사는 입원 중에 이때를 기억하며 “선배가 자기 안경을 벗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정 확보 위해 바다에 뛰어든 김정운 상사

 고속정이 다가오자 부장 김덕원 소령과 작전관 박연수 대위가 함께 계류가능 위치를 찾아 고속정을 근접시킨 후 뛰어올랐다. 거리가 멀어서 작전 관은 바다에 빠졌지만 바로 구조되었다. 모든 것이 긴박하게 진행되었지만 모든 생존자들은 침착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자장 김정운 상사와 전탐부사관 이연규 하사가 다리가 골절된 서보성 하사(사통)를 업고 고속정 접안 위치로 갔지만 계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김 상사가 바다에 띄어 놓은 구명정으로 뛰어내렸다. 우선 3개의 구명정을 결박한 김 상사는 멀리 있는 구명정 1개를 붙들기 위해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김 상사는 4개의 구명정을 확보했다.

 

함수지역에서 침착하게 인명 구조한 김현래 중사

 한편, 갑판선임하사 김현래 중사는 각종 집기류에 깔려 부상당한 조영현 중사(조타)를 구조하고 전부화장실, 갑판행정실, 전자정비실 남은 인원을 확인 후 함수 41포쪽으로 탈출했다. 이어 포대 쪽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 및 수병들을 CO2 재킷과 카포크 재킷을 입혔으며, 소화호스를 끌고 함수 최전방 라이프라인에 매듭을 지어 이동경로를 확보했다. 이후 고속정이 계류 시도 시 홋줄이 장력을 받아 위험해지자 승조원들을 대피시키고 안정시켰다.

 

남은 동료 위해 뜨거운 눈물 속에 남겨둔 구명정과 구명볼

 고속정 계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최원일 함장은 “고속정은 현장에서 이탈하여 지원태세를 유지해주고 해경 RIB이 접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현래 중사가 계류가능 위치에서 연신 후레쉬를 비추고, 접근한 해경 RIB을 천안함에 결박했다. 김 중사는 함수 쪽 승조원을 모두 구조시키고 마지막으로 RIB에 올랐다. 함장은 해경 RIB에 의한 구조가 마무리되자 승조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이함 하였는지를 최종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천안 함에서 이함 하였다. 천안함 장병들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구조되지 못한 전우들을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부장 김덕원 소령은 천안 함에서 이탈하기 전, 물속에서 탈출할 수도 있는 승조원들을 위해서 구명정과 구명 볼을 현장에 남겼다. 최원일 함장은 해경 함정으로 이동 후에 구조된 승조원들을 안심시키고, 고속정으로 이동하여 실종된 승조원들을 찾아 나섰다.

 

생존 장병들, 전우들 살아 돌아오길 기다린다

 생존한 천안함 승조원들은 “생사를 가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는 침착하고 훈련한 대로 행동했다”며, “아직도 물속에서 고통스러워 할 전우들을 생각하면 또 다시 눈물이 흐른다.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며 전우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회부 /  이학성 기자